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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붉은사막에 대한 여러 평가를 살펴보던 중 흥미로운 의견을 볼 수 있었다. 공통적으로는 높은 수준의 오픈월드 완성도가 호평받았지만, 스토리를 두고는 의견이 엇갈렸다. 한쪽에서는 "게임은 재미있지만 스토리가 아쉽다."고 평가한 반면, 다른 한쪽에서는 "붉은사막의 강점은 오픈월드에 있으며, 스토리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는 의견을 보였다.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게임의 스토리라고 하면 라스트 오브 어스와 같은 영화적 서사를 먼저 떠올리고, 실제로도 이러한 서사적 역할의 비중이 매우 큰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면 스토리는 서사 전달 외에도 게임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할까? 이번 글에서는 스토리가 게임에서 수행하는 역할과, 그 중요성에 대해 살펴보고자 한다.
게임의 시작
우리가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가장 먼저 접하는 것은 무엇일까? 게임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대략적으로 소개하고, 이어서 조작 방법 등을 안내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안내는 어떻게 이루어질까? 이때 사용되는 것이 바로 스토리이다.
스토리가 중시되는 AAA급 게임이나 RPG, 액션 어드벤처 장르의 게임은 자연스럽게 스토리를 통해 게임 세계와 플레이 방향을 안내한다. 그렇다면 상대적으로 스토리의 비중이 낮은 다른 장르의 게임들은 어떨까? 대표적으로 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듀 밸리와 플랫포머 게임인 슈퍼 마리오 시리즈가 있다.
스타듀 밸리의 경우 핵심 플레이 요소는 농장을 가꾸는 것이지만, 플레이어가 왜 이러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따라서 초반부에는 지친 직장생활을 벗어나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농장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과정이 등장한다.



그렇다면 스토리가 단순한 마리오 시리즈는 어떨까?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원더를 예로 들면, 시리즈의 전통적인 악역인 쿠파로 인해 위기에 처한 플라워 왕국과 동료들을 구하기 위해 모험을 떠나게 된다.


이를 통해 알 수 있는 것은, 스토리가 단순히 배경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요소가 아니라 플레이어가 무슨 게임을 플레이하는지 이해하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것이다.
시스템과 행동의 이유
이러한 역할은 게임의 주요 시스템을 안내하는 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게임 내에 존재하는 다양한 시스템은 단순히 기능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왜 이러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유가 필요하다. 왜 이러한 이동 방식이 필요한지, 왜 이러한 전투 시스템이 존재하는지, 왜 이러한 경영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지 등 게임의 주요 요소들은 스토리를 통해 자연스럽게 설명되고 플레이어가 납득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다.
예시로 데스 스트랜딩의 배송 시스템을 살펴보자. 왜 플레이어는 걷고, 짐을 관리하고, 길을 개척해야 할까? 단순하게 생각하면 목적지까지 이동하기 위한 과정이다. 그렇다면 왜 플레이어는 목적지로 이동해야 하며, 배송이라는 행동은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 이에 대한 답은 데스 스트랜딩의 스토리에서 찾을 수 있다. 세계는 붕괴로 인해 사람과 지역 간의 연결이 끊어진 상태이며, 주인공 샘은 배송을 통해 단절된 인류를 다시 연결하는 특별한 "배송원"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이를 통해 게임 내에 존재하는 슈트(파워 스켈레톤), 사다리, 오토바이, 트럭, 짚라인 등 다양한 운반 시스템의 존재 이유 역시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무기 역시 단순한 전투 수단이 아니라, 붕괴된 세계 속 위험한 운반 과정에서 자신 및 운반물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진다.
환경적 스토리텔링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스토리는 플레이어에게 게임을 소개하는 동시에 게임의 목적과 행동의 이유까지 전달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게임 속 스토리가 반드시 등장인물의 대사나 영상 같은 직접적인 방식으로만 전달되는 것은 아니다. 게임 내 공간과 환경 역시 플레이어에게 세계의 상황과 이야기를 전달하는 중요한 요소로 활용된다.
대표적인 예시로 라스트 오브 어스를 들 수 있다. 게임 속 폐허가 된 도시는 단순한 배경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무너진 건물과 버려진 생활 공간은 감염 사태 이후 문명이 붕괴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곳곳에 남겨진 함정과 생존 시설은 누군가 이곳에 머물며 살아가고 있거나, 살아남기 위해 노력했음을 전달한다. 이처럼 플레이어는 별도의 설명 없이도 환경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세계의 상황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게 된다.


게임에서 스토리의 중요성
이렇듯 스토리는 단순히 영화 같은 서사를 전달하는 요소가 아니다. 플레이어에게 이 게임이 어떤 게임인지 소개하고, 게임에서의 목적과 행동의 이유를 제공하며, 세계를 이해하도록 만드는 역할을 수행한다. 따라서 스토리는 단순히 게임의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을 넘어, 플레이어가 게임을 이해하고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요소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시점에서 다시 붉은사막을 바라보면 어떨까? 붉은사막 역시 컷씬을 통한 스토리를 활용하여 주인공 클리프라는 인물을 소개한다. 주인공 클리프는 단순히 플레이어의 행동을 담는 이름 없는 존재가 아니라, 파이웰 대륙에서 명성을 쌓은 '회색 갈기'의 단장이라는 뚜렷한 정체성을 가진 인물이다.

또한 붉은사막에는 방대한 오픈월드에 걸맞은 다양한 시스템과 콘텐츠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러한 요소들을 플레이어가 자연스럽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이를 연결해 주는 스토리가 필요하다. 물론 특정 콘텐츠를 발견했을 때 필요한 시스템만 안내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파이웰 대륙을 살아가는 '회색 갈기'의 단장 클리프가 왜 그러한 행동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맥락과 개연성이 부족해질 수 있다.




만약 마인크래프트나 테라리아와 같은 샌드박스 게임이라면 플레이어가 자유롭게 탐험하며 스스로 목표를 만들어 가는 것이 핵심이므로, 모든 행동을 스토리로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나 붉은사막은 클리프라는 명확한 주인공과 메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다양한 시스템과 콘텐츠가 구성된 게임이다. 그렇기 때문에 오픈월드의 완성도만큼이나 플레이어에게 행동의 동기를 부여하고, 다양한 시스템과 콘텐츠를 자연스럽게 연결하며, 클리프라는 인물로서 세계에 몰입하게 만드는 스토리 역시 붉은 사막이라는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의 설명만 보면 스토리가 게임의 핵심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게임의 본질은 플레이어가 느끼는 재미에 있으며, 스토리는 게임의 재미를 뒷받침하고 플레이어의 몰입을 높여주는 장치다. 위쳐 3나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처럼 스토리의 비중이 매우 큰 게임도 존재하지만, 이러한 게임들 역시 게임 플레이 자체가 뒷받침되어야 스토리의 감동과 몰입이 더욱 극대화된다. 결국 스토리는 게임에서 중요한 요소이지만,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하기 위한 보조적인 수단에 더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에서 알맞은 이미지를 찾기 어려운 경우, 나무위키 및 다른 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주로 참고하였다.
스타듀 밸리 : 인게임 캡처
슈퍼 마리오브라더스 원더 : https://www.youtube.com/watch?v=VyxHH4dt-OY
데스 스트랜딩 : https://www.youtube.com/watch?v=N08FK0hT8mU&list=PLXNtvY3tkmgVs9YWjAa_KZmMYBtGMriBC
라스트 오브 어스 : https://www.youtube.com/watch?v=Jpjpy0UAsec&t=1172s
붉은 사막 : https://www.youtube.com/watch?v=5FdcKRvUE6A / https://www.youtube.com/watch?v=SajYjlSUO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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