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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의 게임들을 플레이하다 보면 다양한 편의 기능을 접할 수 있다. 길을 잃지 않도록 목적지를 표시해 주고, 아이템은 자동으로 획득되며, 퀘스트는 자동으로 추적된다. 심지어 일부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스스로 사냥하며 성장하기도 한다. 이러한 기능들은 모두 플레이어의 피로를 줄이고 보다 편리한 게임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하지만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나친 편의성이 오히려 플레이 경험을 약화시키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게임의 편의성은 어디까지 허용되어야 하는 걸까?
과거 게임의 불편함
예전 게임들은 지금 기준으로 보면 상당히 불편한 부분이 많았다. 내가 즐겼던 게임들을 다시 떠올려 보면 지금과는 상당히 다른 점들이 보인다.
포켓몬스터는 노력치, 레벨링, 기술머신 등 육성 과정이 번거로웠다. 메이플스토리는 기본 이동 속도가 느렸고 대륙 간 이동 수단도 제한적이었다. 또한 보스에 도전하기 위해 긴 선행 퀘스트를 수행해야 하는 등 원하는 콘텐츠를 플레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곤 했다. 서브컬처 수집형 턴제 RPG인 그랑블루 판타지의 경우도 모든 전투에서 매 턴 직접 캐릭터의 스킬을 일일이 입력하며 진행해야 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러한 요소들을 단순히 불편하다고만 느끼지 않았다. 원하는 것을 얻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지만, 그만큼 목표를 달성했을 때 더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때로는 이러한 불편함 자체가 게임의 재미로 이어지기도 했다.

불필요한 불편함
반대로 게임에서 크게 의미가 없는 불편함도 존재한다. 복잡한 UI, 인벤토리 정리, 수동 저장, 과도한 이동 거리 등이 대표적이다. 이러한 요소들은 의도적으로 설계된 경우도 있지만, 게임의 재미를 위한다기보다는 단순히 피로감만 유발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최근 게임들은 빠른 이동, 자동 저장, 자동 정렬, 반복 제작 기능 등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며 플레이 경험을 개선하고 있다. 특히 라이브 서비스 게임은 플레이어의 편의를 위해 UI를 지속적으로 개선하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편의성은 게임의 재미를 줄인 것이 아니라, 재미를 느끼기 위해 불필요한 부분을 줄여 준 것이다.


편의성은 언제 문제가 될까?
편의성은 플레이어의 피로를 줄이고, 게임을 더 쉽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요소이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해야 할 플레이 과정까지 대신하는 경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처음에는 작은 개선으로 시작했지만, 자동 루팅, 자동 이동, 자동 전투 등 점차 플레이어가 해야 하는 행동이 줄어드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대표적으로 리니지류 게임이나 메이플스토리 M 등 모바일 MMORPG에서는 자동사냥이 기본 시스템처럼 자리 잡았으며, 더 나아가 이러한 편의성 시스템 자체가 핵심이 된 메이플 키우기와 같은 방치형 RPG도 등장했다.

그렇다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이러한 편의성은 과연 플레이를 편하게 만든 것일까, 아니면 플레이 자체를 제거한 것일까? 이 질문을 살펴보기 위해 여러 게임 사례를 살펴보았다.
메이플스토리 자석펫
RPG 게임에서 아이템을 일일이 줍는 행동은 사실 재미있다고 보기 어려운 반복 행동이다. 그래서 자동으로 아이템을 줍는 펫과 같은 기능은 오래전부터 존재해 왔으며, 메이플스토리의 자석펫 역시 이러한 편의성을 강화한 시스템이다. 특히 메이플스토리는 장시간 사냥이 중요한 게임이다. 메소와 같은 핵심 재화를 자동으로 획득해 주는 자석펫은 이러한 사냥 과정의 피로를 크게 줄여주는 편의성 기능이며, 현재는 많은 플레이어들에게 반필수에 가까운 요소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자석펫은 이중 가챠 방식의 캐시 상품을 통해 얻을 수 있다. 자석펫이 없다면 아이템 근처까지 직접 이동해 획득해야 하기 때문에, 단차가 많은 지형에서는 상당한 불편함이 발생한다. 결국 이러한 불편함을 해결하는 기능이 유료 상품으로 제공되면서, 자석펫은 단순한 편의성을 넘어 BM의 일부가 되었다.
결과적으로 메이플스토리의 자석펫은 기능 자체만 보면 플레이 피로를 줄여주는 긍정적인 편의성이다. 하지만 이러한 편의성이 높은 비용의 BM과 결합됨으로 인해, 편의를 위해 구매하는 기능을 넘어 기존의 불편함을 해결하기 위해 구매하게 되는 사례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몬스터 헌터 와일즈 자동 추적
몬스터 헌터 시리즈에서는 몬스터가 한 장소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위치를 변경하기 때문에, 전투 중 직접 몬스터를 찾아 이동해야 하는 과정이 존재한다. 물론 초반에는 맵을 탐험하며 도망가는 몬스터를 추적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재미 요소였다. 하지만 맵의 구조가 복잡해 단순히 쫓아가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과정이 매 전투마다 반복되면서 점차 플레이의 피로로 이어졌다.
최신작인 몬스터 헌터 와일즈에서는 탈것을 통해 도망가는 몬스터를 자동으로 추적할 수 있다. 몬스터를 쫓아가는 과정 자체는 남아 있지만,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이동 과정만 자동화한 것이다. 이는 전투 과정의 일부를 줄인 편의성이지만, 몬스터 헌터의 핵심 재미는 몬스터와 직접 싸우는 경험에 있기 때문에 전체적인 전투 피로도는 줄이고 핵심 재미에 집중하게 만드는 긍정적인 편의성이라고 생각한다.

리니지 M 자동사냥
논란이 많은 편의성 기능으로 가장 유명한 것이 자동 사냥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유저들이 자동 사냥이라는 기능 자체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는 경우가 많으며, 나 역시 MMORPG라는 장르에서 핵심 플레이라고 볼 수 있는 사냥을 자동화한다는 점에서 의문을 가졌다.
하지만 이를 개발하는 사람들이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았을 리는 없다고 생각했고, 왜 이런 형태의 게임이 만들어졌는지 생각해 보았다. 그 결과 모바일 환경과 RPG 장르가 가진 구조적인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했다. 모바일 게임은 언제든 끊었다 다시 할 수 있고 긴 시간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 장점이지만, RPG의 성장은 장시간 반복 사냥을 요구한다. 이러한 간극을 해결하기 위해 사냥 과정을 자동화하고, 플레이어는 장비 세팅과 빌드 구성 등 성장 결과를 관리하는 데 집중하도록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리니지 시리즈는 PVP 콘텐츠가 핵심이기 때문에, PVP를 즐기기 위한 준비 과정이었던 사냥을 자동화하기 더욱 적합했다고 생각한다.
결국 RPG의 핵심 플레이 중 하나인 사냥을 자동화했다는 점에서, 기존 RPG의 기준으로 보면 과도한 편의성의 사례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자동 사냥은 단순히 기존 RPG를 더 편하게 만든 것이 아니라, 직접 사냥하지 않고 성장과 관리를 중심으로 즐기는 새로운 형태의 RPG를 만들어냈으며, 이후 방치형 RPG처럼 자동 사냥을 전제로 설계된 게임들이 등장하면서 게임 디자인 자체에 영향을 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그랑블루 판타지 자동 전투
기존 전투 시스템을 유지하면서도 자동 전투의 편의성을 자연스럽게 결합한 사례가 있다. 바로 그랑블루 판타지의 자동 전투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난이도와 관계없이 모든 전투에서 매 턴마다 직접 공격 버튼을 누르고, 캐릭터의 스킬 사용 여부를 일일이 선택해야 했다. 하지만 Semi Auto를 활성화하면 자동으로 일반 공격을 진행하며, Full Auto를 활성화하면 스킬까지 자동으로 사용한다.
이렇게만 보면 MMORPG의 자동 사냥처럼 플레이 자체를 대체하는 과도한 편의성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다. 다만 그랑블루 판타지의 자동 전투 시스템이 차별화되는 점은 선택적인 자동화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단순 반복 파밍과 같은 낮은 난이도의 콘텐츠에서는 Semi Auto를 활용해 불필요한 조작을 대폭 줄일 수 있다. Semi Auto만으로 클리어가 불가능한 경우에는 Full Auto 모드로 바꿔서 플레이하면 된다. 이를 통해 플레이어는 콘텐츠 난이도와 반복 피로도 등에 따라 자신의 개입 수준을 조절할 수 있다.
다만 Full Auto의 경우 수동 조작보다 항상 높은 효율을 제공하지는 않는다. 빠른 클리어가 필요한 상황이나 높은 난이도의 콘텐츠에서는 직접 스킬 사용 타이밍을 조절하는 수동 조작이 더 효과적이며, 일부 고난도 콘텐츠에서는 직접 조작이 필수적이다. 즉 자동 전투가 제공되더라도, 높은 효율과 정밀한 조작을 위해 수동 플레이를 선택할 이유가 충분히 남아있다.
결국 그랑블루 판타지의 자동 전투 시스템은 전투를 제거한 것이 아니라, 플레이어가 직접 판단해야 하는 영역과 반복적인 조작 영역을 분리한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자동화의 목적이 플레이를 대신하는 것이 아니라 플레이 경험을 유지하면서 피로도만을 줄이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는 점에서, 자동 전투를 상당히 효과적으로 활용한 사례라 생각한다.

결국 게임의 편의성은 어디까지 허용해야 하는가?
사례들을 살펴보며 느낀 점은 편의성의 양이나 비중만으로 좋고 나쁨을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편의성이 무엇을 줄였는지, 무엇을 남겨 두었는지이다. 다만 이러한 기준은 각 게임의 방향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메이플스토리를 생각했을 때 자동 전투가 추가된다면 어떨까? 플레이어 레벨의 가치가 큰 게임인 만큼, 유저들의 큰 반발이 나올 확률이 높다. 하지만 그랑블루 판타지의 자동 전투는 어땠을까? 오히려 매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으며, 이제는 자동 전투가 없던 시절을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다. 그렇다면 리니지 M은 어떨까? 호불호가 존재하지만, 모바일이라는 특수성으로 인해 자동 사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유저들이 역시 적지 않다.
결국 중요한 것은 게임의 특성과 방향성을 고려해 의미 있는 선택은 남기고, 의미 없는 반복은 줄이는 것이다. 좋은 편의성은 플레이어가 재미에 더 빨리 도달하도록 만들지만, 잘못된 편의성은 플레이어가 직접 경험해야 할 과정까지 대신해 버릴 수 있다. 따라서 편의성은 단순히 "얼마나 편하게 만들 것인가"뿐만 아니라, "무엇을 플레이어에게 남겨 둘 것인가"를 고민하며 플레이어의 선택과 핵심 경험을 고려해 그 범위를 설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미지 출처
공식 홈페이지에서 알맞은 이미지를 찾기 어려운 경우, 나무위키 및 다른 사이트에 게재된 이미지나 동영상을 주로 참고하였다.
그랑블루 판타지 초기 전투 화면 : https://www.4gamer.net/games/238/G023885/screenshot.html?num=002
포켓몬스터 일회성 기술머신 : https://guidestrats.com/pokemon-platinum-tm32-double-team/
메이플스토리 오르비스행 배 : https://www.inven.co.kr/board/maple/2316/1687
이브 온라인 UI : https://forums.eveonline.com/t/ui-improvements-to-the-ingame-windows/346005/
킹덤컴 딜리버런스 저장 : https://www.eurogamer.net/kingdom-come-deliverance-save-game-how-to-save-get-saviour-schnapps-find-bed-5007
붉은 사막 : 인게임 캡처
메이플스토리 경매장 : https://namu.wiki/w/%EB%A9%94%EC%9D%B4%ED%94%8C%EC%8A%A4%ED%86%A0%EB%A6%AC/%EA%B1%B0%EB%9E%98%20%EC%8B%9C%EC%8A%A4%ED%85%9C
검은 사막 자동 이동 : https://www.kr.playblackdesert.com/ko-KR/Wiki?wikiNo=26
메이플 키우기 자동 사냥 : https://minireview.io/incremental/maplestory-idle-rpg
메이플 사냥터 : https://maplestory.fandom.com/ko/wiki/%EC%84%B8%EB%A5%B4%EB%8B%88%EC%9B%80_%EC%84%9C%EC%AA%BD_%EC%84%B1%EB%B2%BD_3
메이플 위습의 원더베리 : https://maplestory.nexon.com/news/cashshop/Sale/395
몬스터 헌터 월드 안내벌레 : https://www.monsterhunter.com/world/kr/sp/hunting/02.html
몬스터 헌터 와일즈 세크레트 : https://www.g2a.com/news/features/gaming-entries/half-a-year-after-launch-what-is-monster-hunter-wilds-like-now/?utm_source=chatgpt.com
리니지 M 대상 탐색 : https://lineagem.plaync.com/board/free/view?articleId=5ca4c7b9d54e6400017a0fdc
리니지 M 자동 전투 : https://www.greened.kr/news/articleView.html?idxno=64075
그랑블루 판타지 세미오토/풀오토 : 인게임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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